
법무부는 지난 4월 20일 「외국인 유학생 비자제도 개선 협의회」를 발족하며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가 32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정부가 2023년 ‘Study Korea 300K’ 방안에서 2027년 목표로 제시한 30만 명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법무부는 그간의 유학생 유치가 학령인구 감소로 생긴 대학의 빈자리를 메우는 단기적 대응에 치중해 왔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고 발족 배경을 설명했다. 유학생이 졸업 후 국내 취업과 사회통합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진단도 함께 담겼다.
■ 졸업생 셋 중 하나만 취업
교육부와 국가데이터처,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12월 30일 발표한 ‘2024년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고등교육기관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은 3만6271명이다. 이 가운데 42.9%인 1만5576명은 국내 체류가 종료됐다. 체류 종료자와 진학자 등을 제외한 취업 대상자 1만4966명 중 취업자는 4993명, 취업률은 33.4%였다. 같은 조사에서 국내 대학·대학원 전체 졸업자 취업률은 69.5%로, 외국인 유학생보다 36.1%포인트 높았다.
반면 유학생 본인들의 의사는 정반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3월 유학생 805명을 조사한 결과 86.5%가 졸업 후 한국 취업을 희망했다. 비수도권(87.2%)이 수도권(85.3%)보다 높았고, 취업 희망 이유로는 ‘한국에 계속 살기 위해서’가 35.2%로 본국보다 높은 연봉(27.7%)을 앞섰다. 의향과 실적 사이의 간극은 50%포인트를 넘는다.
■ 523만 원의 벽
간극의 실체는 임금 기준선이다. 법무부가 지난해 12월 공고한 ‘2026년 특정활동(E-7) 체류자격 임금요건 기준’에 따르면, 전문인력(E-7-1)은 연 3112만 원 이상, 준전문인력(E-7-2)과 일반기능인력(E-7-3)은 연 2589만 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 523만 원 차이가 유학생의 진로를 가른다.
비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베트남 출신 20대 여성 A씨(가명)는 전공을 살려 사무직에 지원하려면 신입에게 연 3112만 원을 줄 회사를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조건을 맞추는 곳을 찾기 어려워 결국 임금 기준선이 낮은 생산·기능직으로 방향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A씨는 졸업하면 2년 정도 유예 기간이 주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했다. 실제 제도는 구직(D-10) 자격으로, 법무부가 지난해 10월 최대 체류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다만 부여 기간은 점수제 등급에 따라 갈린다. A씨가 받은 기간은 1년이다. 제도상 상한과 개인이 손에 쥔 기간 사이에 2년의 간극이 있다.
정보 접근도 벽이다. A씨는 한국의 채용 플랫폼 이용 방식이 낯설어, 상당수가 브로커를 거치거나 선배가 있는 공장으로 들어가고 조건이 맞지 않으면 돌아간다고 전했다. 전북연구원의 ‘전북자치도 외국인 유학생들의 정착 경험 연구’도 제도·행정 지원의 파편화와 정보 비대칭으로 정착 의향은 있으나 실제 이행은 좌절되는 실행 격차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 넓힌 문과 좁힌 문
정부 대응은 두 방향으로 나뉜다. 한쪽은 완화다. 올해 1월부터 K-STAR 비자트랙이 5개 이공계 특성화대학에서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27개 일반대학을 더해 32개 대학으로 확대됐다. 선정 대학에서 과학기술 분야 석·박사 학위를 받으면 취업이 확정되지 않아도 총장 추천만으로 거주(F-2-7S) 자격을 받고, 3년 뒤 영주(F-5-S1)를 신청할 수 있다. 통상 6년가량 걸리던 영주 취득 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다른 쪽은 관리 강화다.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 심사에서 비자심사 강화대학으로 지정된 학위과정 16개교와 어학연수과정 4개교는 2026학년도 2학기부터 1년간 유학생 비자 발급이 제한된다.
다만 완화 대상은 한정적이다. K-STAR는 지정 32개 대학의 이공계 석·박사가 전제인데, 2025년 교육기본통계 기준 학위과정 유학생 중 이공계 비율은 23.9%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취업 희망 비율이 가장 높았던 집단은 전문학사 과정(90.8%)이었다. 의향이 가장 강한 층과 제도가 열린 층이 어긋나 있다.
이민정책연구원 최서리 연구위원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국내 기업이 원하는 유학생 출신 인재를 찾아 놓고도 복잡한 행정 절차에 부담을 느껴 채용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위원은 국내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어능력시험(TOPIK) 5~6급을 취득한 외국인에게는 원칙적으로 모든 분야 취업을 허용하는 ‘개방형 취업 허가’ 도입을 제안했다.
■ 9월 중 정부 최종보고회 개최
법무부 협의회는 이진수 차관을 위원장으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한국교육개발원, 이민정책연구원 등이 참여한다. 논의의 원칙은 ‘입국 전 엄격한 검증, 입국 후 유연한 관리’다. 법무부는 실무협의회를 거쳐 9월 중 최종보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A씨는 생산직 전환도 나쁘지 않다면서도 공부한 전공을 살려 일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 계속 있고 싶지만 과정이 어려워 본국 후배들에게 유학을 권하기는 망설여진다고도 했다.
법무부는 2026년 하반기 최종안을 내놓는다. 유학생 32만 명 가운데 졸업 후 국내에 남는 비율이 달라질지는 그 내용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