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시작된 네팔·중국 티베트 접경지역 대홍수의 피해가 수력발전 사업장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인 9명이 연락두절된 그 현장에서 네팔인 노동자 수백 명의 생사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 연락두절 898명, 구조된 사람은 361명
네팔 독립발전사업자협회(IPPAN) 집계로 라수와와 누와코트 일대 11개 수력발전 사업장에서 898명이 연락두절됐다. 이 가운데 361명이 구조됐다.
어퍼 트리슐리-1에서 254명, 어퍼 트리슐리-3B에서 91명, 랑탕콜라에서 18명이다. 집계 주체에 따라 숫자는 다르다. 네팔 국가재난위험감축관리청(NDRRMA)이 파악한 수력발전 사업장 연락두절자는 933명이다. 사업장 접근 자체가 막혀 정확한 인원 파악이 늦어지고 있다.
한국인들이 근무한 어퍼 트리슐리-1은 216㎿ 규모로 트리슐리 회랑에서 가장 큰 건설 중 사업이다. 카트만두에서 북쪽 약 70㎞ 지점에 72㎿급 발전기 3기를 짓고 있었다.
사업 시행사인 네팔수전력개발공사(NWEDC)의 기리라지 아디카리 대표는 이 현장에서 약 600명이 연락두절됐고 그중 약 400명이 터널 안에 갇힌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상에서 빠져나온 260명은 구조됐으며 여기에 한국인 10명이 포함됐다. IPPAN은 어퍼 트리슐리-1과 3A·3B를 합쳐 약 300명이 터널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본다. 사업장별 추산치는 아직 엇갈린다.
아디카리 대표는 29일 기준으로 터널 내부 구조작업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인 터널 전문가 6명이 네팔에 도착했다. 이 사업의 토목공사는 중국철도가 맡고 있다. 네팔군은 인근 트리슐리 3A 터널 상부를 29일 저녁 드릴로 뚫고 공기 공급 파이프를 넣었다. 네팔 정부는 터널에 갇힌 사람 가운데 100명 이상이 아직 생존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색·구조에는 보안인력 1만5000명 이상이 투입됐다.
네팔 정부는 당초 외국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가 입장을 바꿔 한국과 인도, 중국, 호주 등의 지원을 승인했다. 다만 터널 구조와 DNA 검사, 법의학 감정 3개 분야로 한정했다.
■ 연락 끊긴 한국인 9명, 터널 안에 있는지는 확인 안 돼
외교부에 따르면 연락이 끊긴 한국인은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이다. 26일 홍수 당시 어퍼 트리슐리-1 건설현장에 있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설계·조달·시공(EPC)을, 한국남동발전이 사업개발과 운영을 맡았다. 이들이 터널 안에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이 임차한 민간 헬기는 29일 두 차례 상공에서 육안 수색과 영상 촬영을 했지만 단서를 찾지 못했다. 30일에도 수색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 민간 헬기 운항에는 네팔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별도로 고립됐던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10명 중 9명은 27일 네팔군 헬기로 이송됐고, 현장에 남아 있던 소장 1명은 대사관 직원과 함께 28일 빠져나왔다.
로이터가 30일 인용한 네팔 재난당국 집계에서 네팔의 사망자는 734명, 실종자는 2498명, 구조자는 7514명이다. 중국 당국이 29일 저녁 발표한 티베트 피해는 사망 16명, 실종 546명이다. 발표 시점은 다르지만 합하면 사망 750명, 실종 3044명이다.
실종자 가운데 외국인은 네팔 쪽 589명, 티베트 쪽 261명이다. 티베트 쪽 실종 외국인은 23개국 국적으로, 네팔인이 104명으로 가장 많고 인도 49명, 라트비아 33명, 미국 18명, 영국 15명 순이다. 적십자는 이번 재난의 영향을 받은 인구를 9만 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 한국에 사는 네팔인들이 먼저 움직여
상지대 국제교류처는 28일 주한 네팔대사관을 찾아 성금을 전달했다. 모금은 학교가 아니라 네팔 유학생들이 시작했고, 국제교류처와 앵커사업단이 뒤이어 합류했다. 유학생 지씨 슈미트씨는 고국의 가족과 이재민을 생각하면 “직접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네팔은 고용허가제 송출국 가운데 하나로, 국내 체류 네팔인 상당수가 피해 지역에 가족을 두고 있다. 미국 등 각국의 네팔 공관과 현지 교민사회도 구호 모금에 나섰다.
국내 종교계와 구호단체도 지원에 들어갔다. 대한불교조계종은 27일 성명을 내고 사회복지재단과 공익기부재단을 통해 긴급 구호 모금을 시작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순택 대주교는 위로 메시지를 내고 국제 가톨릭 구호단체 연합체를 통한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플랜인터내셔널 코리아는 현지 긴급구호 활동과 국내 모금 캠페인에 착수했다.
이번 홍수는 26일 랑탕리룽 인근 빙하 하부가 무너지면서 시작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당시 관측된 진동이 지진이 아니라 빙하 붕괴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무너진 얼음과 암석이 렌데 콜라로 쏟아져 강을 막았고, 물과 토사가 한꺼번에 하류로 밀려 내려갔다.
토사가 국경지역 물길을 막아 만들어진 언색호는 넘치기 시작했다. 구조작업은 28일부터 2차 홍수 위험과 악천후로 여러 차례 중단됐다. 30일에도 비가 이어져 트리슐리강 수위가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