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연간 난민·인도적 비자 정원을 6250석 줄이려던 방침을 하루 만에 접었다. 현행 2만 석에서 1만3750석으로, 약 31% 감축하는 안이었다.
8월 27일 오전(현지시간) 토니 버크 내무장관실 대변인이 감축 결정을 확인했다. 같은 날 오스트레일리언파이낸셜리뷰(AFR)는 노동당이 이 감축을 이주 전망치에 이미 반영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오후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개입했다. 총리는 성명에서 2만 석이 정부 방침으로 남아 있으며 향후에도 유지된다고 밝혔다. 다만 정원은 다음 예산에서 갱신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 쟁점은 숫자가 아니라 근거
버크 장관실은 2023년의 정원 증원이 애초에 한시적이었으며 4년치 예산만 배정됐다고 설명했다. 노동당 의원 4명은 익명을 전제로 이 설명을 반박했다. 이들은 당시 증원이 기한이 정해진 조치가 아니라 지속되는 결정으로 이해했다고 호주방송(ABC)에 밝혔다.
문서로 확정된 근거가 없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7월 노동당 전국대회는 정원을 당분간 2만 석으로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2만7000석을 지향한다는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2만7000석 목표는 2012년부터 당 강령에 들어 있다.
호주난민협의회(RCOA) 폴 파워 공동대표는 2023년 증원 당시 이것이 단기 조치라는 언급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망명신청자지원센터(ASRC) 야나 파베로 부대표는 감축안 보도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감축이 이란, 아프가니스탄, 수단, 가자지구 출신 가족의 재결합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봤다.
정부 내 설명도 갈렸다. 마크 버틀러 장관은 노동당의 인도적 정원 입장에 수년간 변화가 없었다며 방향 전환이 아니라고 했다. 녹색당 데이비드 쇼브리지 상원의원은 버크 장관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감축안을 내놓았을 리 없다며 명백한 후퇴라고 반박했다.
■ 야당은 더 낮은 숫자 열어
8월 28일 앵거스 테일러 야당 대표는 정원을 2만 석 아래로 낮출 가능성을 열어뒀다. 예비내각 외교장관인 테드 오브라이언 의원도 같은 입장을 보이며, 야권이 집권하면 그때 정원을 정하겠다고 ABC 라디오내셔널에 말했다. 오브라이언 의원은 버크 장관이 최근 몇 주 사이 이민 문제로 총리에게 두 차례 제지당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야당 내에서도 결이 달랐다. 예비내각 내무장관인 조노 두니엄 의원은 호주가 난민을 돌볼 책임이 있다고 했고, 앤드루 브래그 예비내각 주택장관은 난민이 야당 이민정책의 표적은 아니라고 밝혔다.
■ 발표는 이미 한 번 멈춰
이번 혼선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버크 장관은 8월 4일 전국기자클럽에서 대대적인 이민 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연기했다. 장관실은 일부 내용이 제때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으나, ABC는 감축안이 노동당 내부에서 이견을 낳고 있다고 전했다.
배경에는 순해외이주 규모가 있다. 2023년 호주의 순해외이주는 처음으로 연 50만 명을 넘었고 이후에도 재무부 전망치를 웃돌았다. 정부는 2027~28 회계연도에 22만5000명 수준을 맞추려 하고 있다. 이민 반대를 내건 원네이션당의 지지 확대도 개편 추진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예고된 조치에는 망명 신청자의 취업·항소 권한 제한, 워킹홀리데이 체류 연장 인원 제한, 방문 체류자의 가족비자 신청 금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이민장관인 크리스 보웬 에너지장관은 가족 재결합 비자가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원은 지켜졌다. 다만 확인과 철회가 하루 사이에 오간 과정에서, 인도적 정원이 예산 주기에 따라 조정되는 항목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다음 예산에서 어떤 숫자가 나올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수용 규모를 해마다 정부가 정하는 구조는 한국도 다르지 않다. 고용허가제 도입 인원은 매년 외국인력정책위원회가 결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