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만난 이민수씨는 런던의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 런던에서 일한다. 영국이 이민을 막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유럽 다른 나라들과 함께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봤다.
졸업 뒤 요구되는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연봉 기준을 예로 들었다. 유학생이 남는 길도 어렵게 막히는 추세라고 했다.
■ 임금 기준은 오르고 체류 기간은 줄었다
영국에서 취업 자격으로 일하려면 정해진 임금 기준을 넘겨야 한다. 이 기준은 2024년 3월까지 연 2만6200파운드였다. 2024년 4월 3만8700파운드로 인상됐고 2025년 7월 22일 4만1700파운드가 됐다. 1년 3개월여 사이 59% 올랐다.
직종마다 통용 임금이 따로 정해져 있어 두 금액 가운데 높은 쪽을 받아야 한다. 직종별 통용 임금은 2024년 4월 하위 25% 수준에서 중간값으로 올라갔다. 프로그래머의 통용 임금은 이때 3만4000파운드에서 4만9400파운드가 됐고, 지난해 7월부터는 5만4700파운드다. 시간당 17.13파운드 기준도 함께 충족해야 한다.
후원 가능한 직종도 좁아졌다. 2025년 7월 22일부터 원칙적으로 학위 수준 이상이어야 하며 이 조치로 약 180개 직종이 자격을 잃었다. 영어 요건은 2026년 1월 8일부터 한 단계 상향됐다.
무기한 체류 허가를 신청할 때는 4만1700파운드와 직종별 통용 임금을 모두 전액 채워야 한다. 신규 진입자에게 적용되는 할인은 이 단계에서 적용되지 않는다.
유학생이 정착에 이르는 경로는 학생 비자, 졸업생 비자, 취업 자격, 무기한 체류 허가 순으로 이어진다. 이 가운데 졸업생 비자 기간과 정착 대기 기간이 함께 바뀐다.
2027년 1월 1일 이후 신청하는 졸업생 비자는 기간이 24개월에서 18개월로 줄어든다. 박사 학위자는 36개월을 유지한다. 그 전에 신청하는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정착 대기 기간은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학위 수준 미만 직종 종사자는 15년까지 늘리는 방안이 검토 대상에 올랐다. 협의는 2026년 2월 12일 마감됐고 접수된 의견은 20만 건이 넘었다.
샤바나 마무드 내무장관은 2026년 3월 1일 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미 영국에 있으면서 무기한 체류 허가를 받지 못한 사람에게도 적용된다고 확인했다. 하원 내무위원회는 같은 달 13일 보고서에서 이미 영국에 있는 사람을 위한 경과 조치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정부는 답변 기한인 5월 13일을 넘기고도 아직 답하지 않았다. 상원 사법·내무위원회는 6월 보고서에서 새 규정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명백히 불공정하다고 밝혔다. 의회 청원 사이트의 반대 청원은 10만6570명의 서명을 받아 의회 토론 대상이 됐고, 하원은 2026년 2월 2일 토론을 열었다.
■ 학생 비자 신청 16% 감소
이씨가 말한 내용은 유학을 준비하는 쪽에도 이미 알려져 있다. 이번 9월 런던 유학을 시작하는 황성우씨는 한국인 유학생 커뮤니티에 명문대를 졸업해도 런던 취업이 쉽지 않다는 말이 많다고 전했다. 사회과학 분야로 이름난 런던정경대(LSE)에서 계량경제를 전공한 지인이 취업에 실패해 귀국했다거나, 1826년 설립된 종합대학인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을 졸업하고 돌아온 사례를 영상으로 봤다고 했다. 취업해도 연봉 수준과 런던 물가를 따져보면 한국과 비교해 이득이 크지 않다는 판단, 그래서 싱가포르로 방향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도 돈다고 했다.
올해 8월까지 1년 동안 영국 학생 비자 주 신청자는 36만700명으로 1년 전보다 16% 줄었다.
비용도 올랐다. 학생 비자 신청 수수료는 2026년 4월 524파운드에서 558파운드가 됐다. 신청할 때 증명해야 하는 생활비는 지금 런던 기준 월 1529파운드, 런던 밖 1171파운드다. 11월 30일부터는 각각 1570파운드와 1203파운드로 오른다.
영국 정부는 2026년 1월 새 국제교육전략을 내놓으면서 연간 유학생 60만 명 유치 목표를 뺐다. 대신 교육 수출 목표를 연 350억 파운드에서 400억 파운드로 올렸다.
대학 쪽에서는 반대가 이어졌다. 영국 정부는 2028년 8월부터 유학생 1인당 연 925파운드를 대학에 부과하기로 했다. 연구중심 대학 24곳이 모인 러셀그룹의 리비 해킷 최고경영자는 이달 나온 비자 신청 통계가 유학생 시장의 변동성을 보여준다며, 변동이 큰 유학생 수입을 국내 학생 생활비 지원 재원과 묶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학노조(UCU)의 조 그레이디 사무총장은 이 부담금이 고등교육의 근본 문제를 다루지 않고 이주민을 탓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더럼대 캐런 오브라이언 총장은 7월 고등교육정책연구소 토론회에서 이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국제학생업무협의회(UKCISA)는 부담금이 유학생에게 직접 부과되는 것은 아니지만 등록금 인상과 지원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정 압박을 받고 있고 국제 경쟁도 커지는 시점이라는 점을 함께 지적했다.
■ 총리는 바뀌었고 여론은 엇갈린다
제도 개편의 시행 시점을 앞두고 정부가 바뀌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2026년 6월 22일 사임을 발표했고 앤디 버넘 전 맨체스터 시장이 7월 20일 취임했다. 10년 사이 일곱 번째 총리다. 버넘 총리는 마무드 내무장관을 유임시켰다.
버넘 총리는 9월 1일 하원에서 국정 방향을 밝히는 담화를 했다. 담화에서 합법 이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유학생이나 취업 자격, 정착 요건 개편도 다루지 않았다.
이민과 관련해 언급한 것은 두 가지였다. 8월 초 도버를 방문해 프랑스 해변의 경찰 증원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여름철 소형 보트 도착 인원이 전년의 절반으로 줄어 올해 누적 기준 2021년 이후 가장 적다고 보고했다. 다른 하나는 교도소 수용 공간 확보 방안으로 외국인 범죄자 추방을 늘리겠다는 내용이었다.
담화의 중심은 지역 분권과 성장, 공공주택, 에너지 비용, 수도 산업이었다. 9월 3일 의회에 제출된 이민규칙 개정안에도 정착 개편은 들어가지 않았다. 협의 결과 보고서와 영향평가도 공표되지 않았다. 현행 5년 규칙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정부 조치와 방향이 다르다.
영국 통계청 자료를 보면 순이주는 2023년 3월까지 1년 동안 94만4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5년 12월까지 1년 동안 17만1000명이었다. 정점 대비 4분의 3 이상 줄었다.
브리티시퓨처가 올해 3월 영국 성인 3003명을 조사해 5월 발표한 결과 지난 1년간 이민이 줄었다고 본 사람은 16%였다. 49%는 늘었다고 답했고 51%는 내년에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대상별로 물으면 답이 달라진다. 옥스퍼드대 이주관측소는 이달 갱신한 분석에서 영국 대중이 이주노동자와 유학생, 합법적으로 입국한 망명 신청자에 대해서는 다수가 긍정적으로 본다고 정리했다. 부정적 인식이 집중된 대상은 소형 보트로 해협을 건너온 망명 신청자였다. 이 항목에서는 72%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영국은 2021년 졸업생 경로를 되살려 유학생 유치를 늘렸다가 5년 만에 그 경로를 다시 줄이고 있다. 한국은 유학생 30만 명 목표를 1년 앞당겨 달성했다. 올해 2월부터는 이공계 석·박사 유학생이 영주 자격을 얻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6년에서 3년으로 줄이는 제도를 32개 대학으로 넓혔다.
영국에서는 순이주가 4분의 3 줄었지만 국민 절반은 늘었다고 답했다. 한국에서 유학생 32만 명(법무부 집계)이라는 수치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 강성혁, 김관섭, 소해련 기자 sdjeb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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