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상태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우회 송유관까지 멈췄다. 한국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15일 두바이유는 배럴당 127.70달러, 브렌트유는 108.75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5.83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는 7월 2일 63.3달러에서 두 달 반 만에 두 배가 됐다.
■우회로가 끊겼다
원인은 사우디 동서 송유관이다. 동부 산유지대에서 홍해 연안 얀부항까지 약 1200㎞를 잇고 하루 최대 700만 배럴을 나른다.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원유를 내보낼 수 있는 사우디의 핵심 수출 통로다. 이 송유관이 지난주 드론 공격으로 멈췄다. 공격 주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우디는 폐쇄를 예방 조치라고만 설명하고 피해 규모와 복구 기간은 공개하지 않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는 유럽 고객들에게 9월 인도분 원유 수출 일부가 취소됐다고 통보했다.
복구 전망은 엇갈린다. AP통신은 14일 지역 관계자들을 인용해 파손된 주요 가압장 복구에 3~5주가 걸릴 것으로 보도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15일 CNBC 인터뷰에서 수일 안에 재가동될 것이라며 일시적 차질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와 거꾸로 가는 기름값
국내 기름값은 반대로 움직였다. 오피넷에 따르면 9월 둘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리터당 1859.1원으로 전주보다 1.1원, 경유는 1844원으로 0.5원 내렸다. 17주 연속 하락이다.
정부가 3월 13일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의 영향이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처음 시행된 가격 통제다. 이 제도는 주유소 판매가격이 아니라 정유사가 주유소와 대리점에 공급하는 가격에 상한을 둔다. 정유사가 입은 손실은 정부가 사후 정산으로 보전하게 돼 있다.
■대통령 “유가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엑스(X)에 국내 유가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국민은 유가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원유 특사 파견 등 원유 외교와 장거리 수송비 보조로 70%에 이르던 중동 의존도를 몇 달 만에 50%대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전략비축유 스와프제로 비축유를 소진하지 않고 공급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도 했다.
통계도 도입선 변화를 보여준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동산 원유 수입량은 2억9118만 배럴로 1년 전보다 16.5% 줄었고, 미국산은 9587만2000배럴로 14.2% 늘었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수급통계로 7월 원유 도입량은 9318만 배럴이다. 1년 전보다 9.8% 늘었고, 이란 전쟁이 시작된 뒤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다만 이 대통령은 중동 의존도가 50%로 여전히 높고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며, 원유 수송로와 선박·선원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손실 정산은 아직
가격을 묶는 데는 재정이 든다. 정부는 정유사 손실 보전용으로 목적예비비 4조2000억 원을 마련했고, 최고가격제가 4분기에도 이어질 경우에 대비해 내년 산업부 예산안에 ‘석유가격안정화지원’ 사업으로 1조4497억 원을 편성했다. 산업부는 이 돈이 실제 지급액이 아니라 여유분이고, 4분기에 제도를 시행하지 않으면 불용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보전은 아직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원가 인정 범위를 둘러싼 쟁점이 100개 안팎이어서 첫 정산은 연말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규모 전망도 갈린다. 정유업계에서는 정부가 수출 기대수익을 보상에서 뺀 만큼 보전액이 예비비에 크게 못 미치고, 1조 원에도 이르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의 비중은 여전히 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5년 이 해협을 지난 원유와 석유제품은 하루 평균 약 2000만 배럴로 전 세계 해상 석유 교역량의 약 25%였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4년 한국 원유 수입의 중동산 비중은 71.5%였다.
입법조사처는 최고가격제의 공급가격 인하가 실제 소비자가격 안정으로 이어졌는지, 재정 투입 대비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급국이 달라도 같은 해협과 항로를 쓰면 통항 차질에 함께 노출되는 만큼, 원유가 어느 항로로 들어오는지까지 관리해야 한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