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센터에서 14년간 이중언어코치로 일해 온 결혼이주여성이 경력과 전문성을 임금에 제대로 반영받지 못한 문제가 정부의 제도 개선 대상에 올랐다.
가족센터의 기본사업 종사자에게는 호봉제가 적용되는 반면 이중언어코치와 통·번역 등 일부 개별사업 종사자는 호봉제를 적용받지 못해 장기간 근무하더라도 경력과 전문성이 보수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부는 실태조사를 거쳐 다문화 전담인력의 전문성과 연계한 임금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2027년 사업부터 반영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이 9월 1일 공개한 ‘2026년 제4차 민원합리성 검토위원회 결과’에 따르면 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가족센터에서 근무하는 결혼이주여성의 보수체계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번 논의의 계기가 된 것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중언어코치로 14년간 근무해 온 한 결혼이주여성의 사례였다.
해당 종사자는 통·번역 등 전문분야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가족센터 기본사업 종사자와 달리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아 경력과 전문성이 임금과 연계되지 않는 문제가 제기됐다.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가족센터 기본사업에는 호봉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이중언어코치와 통·번역 등 개별사업 종사자는 호봉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단순히 한 종사자의 민원에 그치는 문제는 아니다. 가족센터에서 근무하는 결혼이주여성의 임금과 근로조건 문제는 이전부터 현장에서 제기돼 왔다.
2024년 공공운수노조가 가족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이중언어코치·통번역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환경 실태조사에서는 응답자 131명 가운데 111명, 84.7%가 호봉 기준표에 따른 임금을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해 결혼이주여성의 통·번역 업무와 관련한 보고서를 통해 임금 불평등과 과중한 업무, 차별·인권침해 등의 현장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처우 개선 필요성을 짚었다.
결혼이주여성이 담당하는 역할도 단순한 언어 전달에 머물지 않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결혼이주여성의 통·번역 서비스가 언어 지원뿐 아니라 다문화가족이 행정·의료·교육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위기가정을 발견하고 지원체계와 연결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혼이주여성이 다문화가족 정책의 지원 대상인 동시에 다른 이주민의 국내 정착을 지원하는 전문인력으로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도 이번 민원을 제도 개선 필요성이 있는 사안으로 판단했다.
성평등가족부는 가족센터 특성화사업 전담인력의 처우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다문화 전담인력의 전문성과 연계한 임금개선 방안을 마련해 2027년 사업부터 반영할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호봉제 도입 여부와 임금 수준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향후 연구와 제도 설계 과정에서 경력과 자격, 업무의 전문성을 어떤 방식으로 보수에 반영할지가 관건이다. 가족센터의 역할 자체도 확대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는 지난 6월 발표한 ‘제5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6~2030)’의 후속 조치로 가족서비스 전달체계 강화와 가족센터 기능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가족 형태와 정책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현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인력의 역할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