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서방의 싱크탱크 들과 전문가들은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한결같이 장밋빛으로 점친다. 엊그제도 영국 경제경영연구소가 그런 밝은 전망을 내놨다.
헌팅턴도 시사한 바처럼, 우리 한국은 미중 사이, 동양과 서양 사이에 있는 문화적, 경제적 십자로다. 그들이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들의 동아시아 항해에 필요한 나침판을 조정하기 위해서다. 실제, 미중 갈등이 고조 상태인 최근 2년을 제외하면(이 2년의 좌절을 잘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난 40여 년 동안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 발 전해온 나라다. 거기에 미중 양대 시장을 향한 우리의 전력 질주가 있다. 한미동맹을 외치는 동시에, 중국시장으로 달려간 것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서방 싱크탱크들은 장밋빛 한국의 미래를 놓고, 두 가지 조건과 한 가지 전제를 제시한다(골드만 삭스, WB, IMF, ADB 등). 먼저, 조건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경제협력이든, 통일이든, 순조로운 남북한 관계가 한국 발전에 핵심이라고 말한다. 남북 분단은 아킬레스건이다.
더 이상 ‘반공’이 정치 카드여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도, 10여 년 전부터 그들은 내다보고 있다.‘독일식 흡수 방식’이 아닌, ‘홍콩식 대화 방식’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최근 중국 외교부는, 북미관계의 본질은 외교 문제라는 것과, 북한문제의 열쇠는 미국이 가지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반공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와 대립점이기도 하다.
다음은 중국시장 활용 문제다. 걸림돌은 많다. 기술발전과 ‘혐중’정리, 그리고 외교적 노력 등 이다. 신뢰가 없는 시장은 의미가 없다. 최근 우리는 수출 1위 상대국인 중국시장이 위축되자 국내 경기가 식는 썰렁한 현실을 체감 중이다.
중국을 벗어나 ‘시장 다변화’를 주장하던 그 많은 사람들은 아무런 현실적 대안도 내놓지 못 했다. 사기를 친 것인가? 이처럼, 남북한 관계와 중국시장, 두 가지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들 과제 못지않게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한미관계다. 세계제국 미국을 통하지 않은 북한, 중국 정책이 가능하겠는가?
헨리 키신저도, 폴 케네디도, 존 나이스 비트도, 또 다른 미국의 석학들도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한국 외교가 적극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외교 역량을 준비해야 한다고...
중국시장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그들이 조언하는 속뜻은 무엇일까?
백년제국의 꼭두각시가 아니라, 백년제국과 신흥대국을 동시에 설득하라는 것이다. 단순한 반공 외교는 초라할 뿐이다. 지금은 결코 냉전시대가 아니다. 그들의 협력과 교류, 그중에서도 떠들썩한 반도체 전쟁을 보자.
미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중국시장 접근을 게을리 한 적이 없다. 미국 반도 체협회는‘반중국’을 외치는 백악관 앞에서 주장 한다. ‘중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의 30% 이상인데, 우리는 손가락 빨고 있으란 말이냐?’앤비디아와 인텔, 마이크론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 반도체에만 국한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백악관에서 중국과 곧 충돌할 것처럼 불어대는 미국 대외전략의 전통 수법인 ‘미치광이 전략’ 뒤에는 중국 투자에 열을 올리는 월 스트리트가 있음을 잊으면 안된다.
미국은 언제나 안전한 꽃놀이패를 추구하는 영리한 나라다. 그것이 미국의 ‘양면전략’이다(한광수 블로그). 이런 미국의 유연한 전략에 비한다면, 지금 우리 사회와 정부에 몰아치는 ‘혐중’ 현상은 무사안일의 징표이자 ‘금지된 장난’인 셈이다.
‘혐중’의 현장 스케치 하나! 지금 우리 매스컴들은 미국경제는 밝고, 중국경제는 흔들린다고 외친다. 정말일까? 올해 미중 양국의 경제성장률을 비교 해보자. 미국이 2%, 중국은 5%로 추정된다. 중국은 미국의 두배다. 그리고 중국이 성장률 5%위에서 흔들린다면, 1.4%인 한국경제는 뭐란 말인가?
미래동아시아연구소 이사장 한광수
현재 (사)미래동아시아연구소를 운영하며 한중관계 연구와 실무에 종사하고 있다.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와 동대학원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밴더빌트 대학 박사과정 수학, 베이징대학교 경제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중국 경제 연구를 시작하여 국제경제연구원, 산업연구원, 외무부 파견, 중국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방문학자, 베이징대학교 베이징시장경제 연구소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1991년부터 1996년까지 베이징에 주재하면서 주중한국대사관, 한국무역협회, SK, 한솔제지, 현대건설 등의 현지 고문으로 일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중국 고문(2003~2010), 중국 프로그램 자문(1998~2007), KBS 객원해설위원, 동북아경제학회와 현대중국학회 고문, 비교경제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주요 저서로 <미중관계의 변화와 한반도의 미래>, <중화경제권시대와 우리의 대응>, <중국의 잠재력과 우리의 대응>, <현대 중국의 이해>(공저) 등이 있다. 중요 논문으로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한중 교역협력구조의 변화>, <미중경제협력의 불안정성과 한국경제>, <중국 자본시장 개방의 특성>, <최근 미중 통상관계의 특성>, <중국 정치체제 및 외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