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프랑스 다문화 실패와 대한민국 다문화 정책의 시사점

  • 등록 2024.07.03 23:4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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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다문화뉴스 = 강성혁, 김관섭, 소해련 기자 | 한 국가 안에서 여러 민족이나 여러 나라의 문화가 섞여 있는 사회를 다문화 사회라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체 인구 대비 5%가 외국인일 경우 ‘다인종·다문화’국가로 분류했다. 지난해 9월 251만4000명을 기록한 대한민국의 이주민은 전체 인구 5137만 명 대비 4.89%로 곧 5%를 넘을 전망이다. 다양한 매체 속에서도 외국인, 다문화와 관련한 내용을 접할 수 있으며, 도시나 시골 그 어디를 조금만 돌아다녀도 외국인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늘어나는 외국인과 다문화 사회의 영향력을 대한민국 사회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까? 2000년 8월 학술 논문 다문화 사회와 교육 연구(김현진)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다문화 역사가 길지 않으며, 관련 정책이 체계적으로 정립되지 않았으며 특히 결혼 이주민들에게 치중된 정책과 이주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형태의 교육으로 효과가 부족하다고 한다. 또 현행 다문화정책은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제도로 만든 것에 불과하며 의무화하지 못한 채 한국 사회로의 일방적 통합만 목표로 수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2024년 현장 관계자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정책을 비판한다. 다문화가족 자녀 학습에 대한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이 신설되었으나, 결혼 이주민에게 치중된 정책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점은 똑같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 통합 측면에 있어서 각 이주민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점은 “같은 이주민이라도 국적, 피부색 등에 따라 차별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고, 이러한 차별이 취업과 교육, 사회적 인정을 받는 것에 있어서 큰 장애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이천시가족센터 정연진 다문화가족자녀 사업담당자는 전했다.

 

대한민국보다 앞서 다문화 사회에 진입한 국가들은 어떨까? 프랑스의 경우 20세기 초반 본격적으로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다문화 사회를 헌법적 관점에서 식별하였으며 동화주의 관점 정책이 아닌 현대화된 공화주의와 다문화 공화주의로 문화통합을 도모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동화주의는 이주민의 문화같이 소수의 문화를 선주민의 문화 등 주류 문화에 적응시켜 통합하려는 입장이다.

 

프랑스 이민은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산업화와 함께 시작했다. 1,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감소한 인구 증가와 더불어 외국인 노동 인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3년 경제공황으로 프랑스 정부는 이민자 정책을 강화했다. 유학으로 프랑스에 와서 어느덧 30년을 거주한 서찬종씨는 “80년대 유럽이 장기 불황에 생기며 힘들었고, 자기들의 일자리를 뺏긴다고 생각해서 자기들의 세금으로 복지를 누린다고 생각하며 갈등이 생겼다. 그리고 이슬람 등 종교에서 문화적 융합이 안 된다고 생각해 배제를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 북쪽 프랑스 화재 폭동 당시 경찰이 이유 없이 아랍 청년 진압하고 변전소 감전이 있었는데, 공권력을 남용한 차별이라는 점이 문제가 되어 아랍인들이 분노하고 차량에 방화한 적이 있다. 또 질레 존(Gilets Jaunes) 운동에서 일부 과격한 시위가 있었던 점, 극장 테러에서 국제적 관계가 갈등이 된 점들이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 요소로 남아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서씨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같은 교육을 받았지만, 부모가 아랍인이라서 차별을 받는 학생들이 많고 실업률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며 “파리 내에서도 일부 지역은 이민자의 비율이 높아 프랑스 선주민이 떠나는 현상이 발생해 지역 도태와 도시계획 실패가 있어 해당 갈등은 앞으로도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이민자 조기 정착 지원 프로그램 분석 석사학위 논문(BARDEY MELISSA, 24.02, 전남대)에서도 한국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서 통번역 서비스와 정보제공을 수행하여 삶의 질 향상과 사회 통합을 촉진하는 기능을 하나, 결혼이민자에게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일부 이민자들의 적응을 충분히 지원하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랑스 이민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9월 21일 새로 임명된 브뤼노 르타이오(Bruno Retailleau) 신임 내무 장관은 우파 인사로 "프랑스로 들어오는 이민자가 너무 많으며, 통제되지 않는 이민은 프랑스나 이민 당사자 등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오랫동안 확신했다"고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서 전한 바 있다.

 

특히 "프랑스가 이민 문제서 매력적인 나라가 돼서는 안되며, 목표는 불법 입국을 차단하고 불법 이민자 출국을 늘려나가는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겠다고 전했다. 영국과 독일이 불법 이민에 대한 강도 높은 대책을 도입한 것에 반이민과 반난민을 주장하는 극우 진영이 프랑스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프랑스도 강경한 이민 정책 추진에 합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다문화뉴스가 진행한 프랑스 현지인 인터뷰와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중립 수준에 머물러 있거나, 매우 부정적 또는 긍정적 인상으로 극단적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응답자인 20대 프랑스 남성은 "오늘날의 프랑스는 과거의 프랑스와 매우 다르며, 많은 이주민과 새로운 문화가 존재하지만 이민 정책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프랑스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는 이민자들이 일하지 않고도 살 수 있도록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데, 그들은 세금을 내지 않아 큰 불만이다"고 전하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30대 프랑스 여성 응답자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다문화 사회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생각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말을 전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여성 응답자는 "프랑스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을 더 받아들이는 것이 좋아 보인다"며 "다만 그들이 프랑스 음식과 생활 방식 등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어야 하며, 어울리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프랑스의 이민을 관리하는 정부 부처는 내무부(Ministère de l'Intérieur, de l'outre-mer)의 프랑스 이민ㆍ통합 사무소(Office Français de l'Immigration et de l'Intégration, OFII)이다. OFII는 이민 정책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이민자의 프랑스 사회통합 촉진과 더불어 거주 허가 발급 및 확인 등을 통해 합법적 이민을 관리하고 있다.

 

 

프랑스의 동화주의적 다문화 정책은 대한민국의 다문화 정책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부족한 노동력과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 이민을 장려하다가 다문화 실패를 선언한 유럽 국가들을 보며,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는 대한민국이 안정적인 다문화 사회를 구성하기 위해선 각기 다른 문화를 어떻게 통합해야 하는가는 큰 과제로 다가온다. 다문화, 외국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다문화 정책이 감정적인 정책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문화 실패를 이야기하는 입장도 있다.

 

'모두 같은 우리' 등 감정에 호소하는 공익광고 같은 정책이 아닌 이민과 각 국가의 문화 특성, 사회 통합의 문제 등을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양성을 어디까지 존중할지 기준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프랑스는 이주 문화가 주류 문화에 동화될 것을 이야기한다. 각기 다른 출신이지만, 프랑스라는 국가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프랑스인이 되는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시아문화연구원 김용국 원장은 “대한민국 정부는 문화다양성을 예술로 이해하는 측면이 있어 공연 등으로 문화다양성을 이해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예술적인 측면이 아니라 인간, 사회적인 측면으로 이해하여 정책을 만들어 가야한다”며 “이주민을 소수자의 한 그룹으로 나누어 선주민과 나누는 이분법적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전했다.

 

 

* 강성혁, 김관섭, 소해련 기자 dealyness@naver.com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설문 조사의뢰 : 한국다문화뉴스 / 조사실시 : 쏠토리 / 조사일시 : 2024년 8월~9월 / 표본크기 : 30명 / 조사대상 : 프랑스 현지인 10~50대 남성과 여성

강성혁, 김관섭, 소해련 기자 dealyn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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