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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3분 미중경제] 미중 공급망 ; 애플은 왜 중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는가?

........... ‘중국은 생산하고 미국은 소비한다. 두 나라가 마치 ‘차이메리카(중미국)’라는 한 국가처 럼 움직인다.

................ 이것은 ‘공포의 불균형’이다.’(니얼 퍼거슨)

 

일찍이 공급망이 중국 중심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공포’라고 지적한 니얼 퍼거슨은 하버드대학의 보수적인 역사학 교수다.

이런 미국의 공포에 공감하는 것인가? 우리 사회도 ‘친미-혐중’이 회오리친다.

 

대선에 이런 혐중 분위기에 편승하는 후보도 있다.

‘우리 국민과 젊은이들은 중국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부적절한 발언이다.

지금 이 시대는 실리 경쟁의 시대다.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보자.

지금 우리는 한편으로 한미동맹을 외치고, 또 한편으로 중국시장에 올인하는 중이다.

미중 갈등 속에 외줄타기 곡예에 진땀이 흐른다.

 

‘중국에 무슨 일이 생기면 미국에 붙어야지... 별 수 있어?’

유감스럽게도, 우리사회에서 ‘혐중-친미’는 상식처럼 자리 잡았다. 많은 매스컴이나 SNS도 북을 친다.

으레 갈라치는 진영논리도 여기서는 구분이 없다.

이름난 언론사 기자들에게 ‘기사가 왜 그러냐?’고 물으면, ‘우리가 뭘 알아야지요’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베이징에 특파된 기자들은 중국 비판에 열을 올리는 홍콩의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번역하여 전하는 게 일이다.

차라리 홍콩 근무가 나을 것이다.

 

과거 잘못된 ‘역사적 착각’으로 겪은 수많은 재앙을 잊었는가?

오래전 조선은 말할 것도 없고...,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 해방 전후와 미군정, 냉전 시기에도 그랬다.

그 때마다 의로운 몇몇 인물들이 민초들과 함께 나라를 지키고자 걱정했다.

격변의 향방을 인식하고, 변화에 마주 서서 행동하는 것이 지식인의 사명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많은 지식인들은 어떤 시대 인식을 지녔던가? 지금은 어떤가?

최근의 ‘IMF강제편입’과 ‘사드 배치’도, 그에 대한 글로벌 인식은 여전히 미흡하기 짝이 없다.

(‘박 대통령은 김재규에게 사살되었다.’ 그런 식이다. 거기에 뉴욕타임즈가 지적한 시대 배경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까지는 ‘미국시대’였다. 그리고 지금은 ‘G2시대’다.

우리의 삶은 늘 거대한 시대 변화의 굴레 안에서 움직인다. 미국을 아는 만큼 중국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궁금하다. 미국을 좀 알기나 하는지...)

 

우리는 지난 40여 년 동안, 미중 양대 시장을 동시에 활용했다. 그렇게 해서 선진국으로 올라섰다.

앞으로도 가장 집중해야 하는 과제 중 하나다.

미중 경쟁에서 한국은 언제나 그 한복판에서 ‘십자로’ 역할을 해왔다.

‘싫고 좋고’가 아니라, 시대의 핵심은 ‘실리’에 있다.

 

중국을 향한 우리 수출을 보자. 8년 연속 세계 1위다. 흑자도 지속중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렇게 중국시장을 파고든다. 중국에 대한 수출 중에 중간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우리 한국이다.그걸로 중국에서 가공하면, 그중 상당 부분이 미국 시장으로 흘러들어간다. 한-미-중은 그렇게 엮여져 있다.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사는 틀이 아니다.

최근에는 미국 고위관리들이 새삼스레 ‘한중관계를 존중한다’고 되뇌기도 한다.

그 안에 ‘양자택일은 없다’는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 들어있다.

 

‘중국 중심의 공급망’이 현실이란 말인가?

그건 중국의 미국 수출입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더 큰 근거는 양국의 투자 시장 협력에 있다. 제1∼2화 참조).

2021년에도 중국의 대미 수출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연말 기준 추산; 4천7백억 달러∼5천억 달러).

미중 양국은 얼마나 초강대국인가? 그들의 GDP는 도합 세계 전체의 42%에 달한다(세계은행).

나머지 열강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고만고만하다. 양국이 움직이면 세계가 흔들린다.

 

이런 ‘차이메리카’ 시장 현상을 깨는 일은 라만차의 사나이 동키호테의 ‘위대한 꿈’과 같다.

바이든의 잇단 중국 압박은 쫓기는 미국의 초조함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성과가 없다. 트럼프는 그렇게 낙선했다.

일찍이 헨리 키신저가 경고했다. ‘중국의 발전은 운명이다. 견제보다 협력이 미 국익에 부합한다.’

미중화해를 이끈 그는 국익을 우선하는 보수주의자로 유명하다.

새해 99세다. 지금 예일대에서 노년을 보내며 중국을 들여다보고 있다.

 

바이든 정부에서 해외 방문이 가장 많은 미 고위관리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다.

한국도 두 차례 방문했다. 최근 방한 후 귀국한 그가 한 공개 연설이 있다.

‘우리는 각국에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파트너들과의 모든 대화에서 같은 얘기를 반복해서 들었다.’(21.12.5).

‘한중관계를 존중한다’고도 했다. 이런 인식을 토대로 한 미국의 다음 행동이 주목된다.

결국 동맹전략일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한국의 일부 시각과는 인식의 각도가 다르다.

이 갭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미 세계시장은 중국 중심의 공급망이 주도한다.

바이든의 공급망 복구 외침에 대해, 전문가들은 늦었다고 고개를 가로 젓는다.

이것이 미국이 직면한 ‘차이나 딜레마’다.

최근의 현상을 보자. 중국에 전력난이 일어나자, 세계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다시 미국의 인플레 압력과 물류대란을 촉발시켰다.

바이든은 물류 해결을 위해 주 방위군 투입까지 발표하기도 했다(2021.10). 양국은 이렇게 얽혀 있다.

그 여파로 우리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출렁거린다. ‘중국이 싫어요’ 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대기업 애플을 보자. 미국이 직면한 공급망 문제를 보는데 참고가 된다.

애플은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 1위 초국적 대기업이다.

‘아이폰’에 이어 최근에는 ‘애플카’ 계획으로 주목 받는다. 많은 한국 기업들도 얽혀있다.

애플은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바라보고 질주 중이다.

 

미국 정부는 기업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게 건국이래 나름 ‘빛나는’ 전통이다.

아편전쟁 때는 미 해군의 활약이 눈부셨다(하오옌핑, ‘중국의 상업혁명’).

대통령 오바마도 이 대열에 참여했다.

애플을 위해 막무가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2013.8). 상대는 삼성전자였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일부 침해했음을 인정하고, 애플의 스마트폰 제품의 수입 금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허사였다.

 

미국은 늘 국제 협상에서 지재권 보호를 ‘전가의 보도’처럼 주장한다.

바로 그 미국이, 특허침해 제품의 수입 금지 결정을 대통령이 거부한 것이다.

쏟아지던 비난은 시간과 함께 사라지면 그만이다.

이 거부권으로, 애플은 아이폰4, 아이패드2 등 중국에서 생산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제품을 계속해서 수입하게 되었다.

 

다시 가슴 아픈 일이 벌어진 것은 두 달 후였다(2013.10).

ITC가 삼성 스마트폰에 대한 수입 금지를 결정한 것이다. 이번에는 오바마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오바마 인기는 지금도 최고다.

최근 퓨 리서치의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 40년 역대 대통령들 중에 가장 평가가 좋은 대통령으로 뽑혔다.

취임 첫해 노벨 평화상을 탄 오바마는 임기 중 가장 장기간 전쟁을 한 대통령이기도 하다.

중국 포위(Pivot to Asia)도 오바마 작품이다. 그를 이은 대통령이 트럼프와 바이든이다.

 

애플이 가장 공들여 협력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최근에는 중국시장에서 아이폰 판매가 1위로 올라섰다.

미국이 압박하는 화웨이는 자국시장 매출 5위로 내려앉았다.

애플의 CEO 팀 쿡은 중국 정부와 거액의 투자 계약을 비공개로 체결하기도 했다(2,750억 달러, 2016.5).

거기에는 중국 업체의 부품을 더 많이 사용하고, 중국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며, 중국 대학과 기업에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오늘날, 애플의 대표 상품인 아이폰은 중국 허난성의 성도 정저우에서 만든다.

허난성은 리커창 현 총리가 8년 동안 성장으로 입지를 다진 지역이다.

인구 1억의 교통 요충지로, 문혁 때 재난이 가장 심각했던 지역이었다.

중난하이의 장관급 인사들이 전세기로 찾아와 허난성의 성공을 학습하기도 했다.

애플의 CEO 팀 쿡은, 전임자인 스티브 잡스와 달리, 중국시장을 매우 중시한다. 수시로 중국을 오간다.

리커창 현 총리와는 부총리 시절부터 협력을 벌여왔다.

 

아이폰은 정저우 공항 인근에 위치한 대만 기업 폭스콘이 위탁받아 생산한다.

여기서 일하는 중국 직원은 대략 25만 명이다.

부품을 조달하는 수많은 벤더 기업들을 합치면 70여만 명 에 달한다

(정저우 공항은 인천공항을 거의 그대로 벤치마킹한 것인데, 허난성 부성장이 주도했다.

그래서인지 허난성의 각 지방에는 ‘한중산업단지’를 희망하는 지역이 수없이 많다.

그러나 사드 사태 이후 하나같이 모두 숨을 죽인 상태다).

 

CEO 팀 쿡은 ‘왜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스마트폰의 유리덮개는 미국에서 만들어서 정저우로 보낸다’고 답변한다.

애플은 미중 갈등이 거세진 최근에도 아이폰 생산을 위해 15개 중국 벤더 기업을 추가로 선정했다(미국기업은 8개사).

 

정저우에 위치한 한 대학의 초청으로, 나는 그곳 캠퍼스에서 2018년 봄을 지냈다.

베이징 대학 동문인 총장의 권유로 특강을 했다. 주제는 ‘미중관계의 미래’였다.

때마침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특강 내용은 미중 양국의 협력 과정에 초점을 두었다.

특강 후, 많은 학생들이 내 연구실로 찾아오고, 교정에서도 많은 교수들과 학생들이 반가운 얼굴로 인사했다. 아이폰 생산지여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복구하겠다고 외친다. 너무 늦었다.

여기 애플을 보라. 테슬라를 보라. 그뿐인가?

현재, 미국 초국적 기업들의 중국 투자는 약 3,500억∼4,000억 달러에 달한다.

1,200억 원짜리 미국 공장 수천 개가 중국에서 가동 중인 것이다.

미국의 금융황제 앨런 그린스펀은 일찍이 미중 무역적자의 대부분이 이들 초국적 미국 기업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그는 ‘미국은 해피한 나라’라고 덧붙였다.

 

지금 외국인들은 보따리 뭉치를 들고 중국시장으로 들어간다.

지난 11월, 중국에는 120억 달러가 넘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들어왔다. 사상 최대다.

향후 5년간 1조 달러가 추가로 유입될 전망이다. 거기에는 ‘좋고 싫고‘가 아닌 ’실리‘가 살아 움직인다. 나는 중국이 싫어요!’ 아!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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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수

 

현재 (사)미래동아시아연구소를 운영하며 한중관계 연구와 실무에 종사하고 있다.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와 동대학원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밴더빌트 대학 박사과정 수학, 베이징대학교 경제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중국 경제 연구를 시작하여 국제경제연구원, 산업연구원, 외무부 파견, 중국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방문학자, 베이징대학교 베이징시장경제 연구소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1991년부터 1996년까지 베이징에 주재하면서 주중한국대사관, 한국무역협회, SK, 한솔제지, 현대건설 등의 현지 고문으로 일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중국 고문(2003~2010), 중국 프로그램 자문(1998~2007), KBS 객원해설위원, 동북아경제학회와 현대중국학회 고문, 비교경제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주요 저서로 <미중관계의 변화와 한반도의 미래>, <중화경제권시대와 우리의 대응>, <중국의 잠재력과 우리의 대응>, <현대 중국의 이해>(공저) 등이 있다. 중요 논문으로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한중 교역협력구조의 변화>, <미중경제협력의 불안정성과 한국경제>, <중국 자본시장 개방의 특성>, <최근 미중 통상관계의 특성>, <중국 정치체제 및 외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