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바이든은 한일관계의 ‘개선’을 말할까?
한국의 첨단기업에 대한 현장 방문과 투자 이전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한일관계 ‘개선’(이는 바이든의 표현이다)을 위한 한일정상회담이 열렸다. 이 정상회담은, 미국 주도의 한일관계 재조정을 표면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회담 시기는 바이든의 방한 10개월이 지난 올 3월이었다. 그 사이에 3국간 정상회담을 통해 두 차례 정 지 작업이 있었다.
회담은 시종일관 한국 정부의 양보와 일본 정부의 오만한 자세 속에서 계획에 따라 전광석화처럼 치밀하게 진행되었다. 이 회담을 지켜본 많은 한국인들은 억장이 무너졌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감히 접근을 꺼려하던 민감한 과거 사안들을 모조리 쓸어 담아 ‘원샷’으로 양보 처리했다.
한국 정부의 이런 대폭적인 양보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치켜 세운 일본 총리 기시다는 과거사에 대하여 사과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언론들은 그들이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독도 문제, 핵오염수 문제, 수산물 수입 문제, 군사협력 문제, 반도체 문제 등을 망라하여 협의했다고 전했다. 양국 간에 누적된 모든 갈등을 한꺼번에 매듭짓겠다는 것이다. 한일 경제안보대화의 출범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의 완전 정상화에도 합의했다. 공동성명은 없었다.
백악관은 그들이 공들인 한일정상회담이 끝나자, 즉각 지지하고 환영하며 환호했다. 이에 대한 설명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존 커비가 맡았다. 그 내용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한일 관계를 지원해서 한미일 3국간의 실질적인 협력으로 나타나도록 노력해왔다. 한일 정상이 12년 만에 정상회담을 했다. 한일 협력에 새로운 장을 여는 참으로 역사적인 회담이었다. 바이든 대통령도 양국이 역사 문제들을 해결하는 발표를 환영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해법도 나왔다. 새로운 이해관계로 전환하려는 양국의 조치에 대해 미국은 계속 지지할 것이다. 우리 미국은 더 안전하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을 위한 공통의 비전을 진전시키는게 3국 파트너십의 핵심이 라고 믿는다.’
그리고 북한에 대해 덧붙였다.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규탄한다... 역내 안정을 위협하는 북한의 능력을 제한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 및 동맹국들과 계속해서 긴밀히 협력할 것이다.. 한일 방위공약은 절대적으로 굳건하다... 한미 군사훈련을 통해 대북 억제력도 계속 작동하고 있다... 우리는 역내에서 미국의 안보를 수호하는데 필요한 군사력을 계속 확보해 나갈 것이다.’ 한일관계의 ‘개선’을 미국이 주도했음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환영과 감사’는 들끓는 한국의 반대 여론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동안 한국을 세차례 방문한 미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은 한국 정부에 경의를 표한다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여론 민주주의 나라 미국이 한국사회의 여론에는 180도로 등을 돌린 것이다(물론, 미국의 국익 때문이다).
이처럼 양보와 오만이 엇갈린 3월의 ‘한일정상 회담’은 8월의 ‘한미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한일 정상을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한 바이든은, ‘최고로 행복하다!’고 소리치면서 우리가 주목할 언급을 했다. ‘한일관계의 개선이 한미일 공조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바이든은 현 국면의 한일관계를 ‘개선’ 이라고 못 박았다. 기시다는 바이든에게 한일관계의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2023.5). 그들이 말하는 ‘개선’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심각한 얘기다. 거기에 한일관계 재조정에 관한 미국의 전통적인 ‘일본 중심의 한반도 전략’이 들어있는 것이다.
미중 투자, ‘두 얼굴의 미국’
이번 ‘한미일 공조’의 특징은 그 배경에 미중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미중경쟁은, 대결만이 아니라 엄청난 협력이 포함 되어 있다. ‘두 얼굴의 미국’이 미중경쟁 안에 들어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의 틀을 갖추지 않고서는, ‘3국 공조’에 대한 논의는 허사 일 수밖에 없다. 이점을 감안하여, 여기에 미중 협력의 실상을 요약 소개한다.
지금 미국은 중국의 맹추격에 당황하며 전력을 다해 견제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중국시장을 먼저 노크한 나라는 미국이었다. 베트남 패전을 마무리 하면서 중국과 화해했다. 그러자 이를 기다리며 지켜보던 서방국가들도 일제히 중국시장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미중 경제협력은, 일단 시동이 걸리자 전광석화 처럼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갔다. 무역 규모가 연간 1천억 달러를 넘어선 건 2001년이지만, 지금은 연간 7천억 달러를 넘는다(2021-22년). 이런 무역 수치는 트럼프와 바이든이 표면적으로 외치는 ‘반중국’ 전략이 얼마나 ‘엉터리’인가, 아니면 ‘실패한’ 것인가를 그대로 보여준다(블룸버그). ‘내로남불’의 전형인 미국의 이 전략을 필자는 미국의 영리한 ‘두 얼굴의 양면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남북한은 왜 이런 ‘양면 전략’이 없는가? 안 하는가? 못 하는가? ‘얼굴이 하나’밖에 없는 것인가?).
이에 더하여 이들의 상호 금융투자는 3조 달러를 훨씬 넘는다. 이 수치는 미국 금융통계 전문 기업 로디움 그룹의 공식 발표다2021년 말 기준). 이 중 1조2천억 달러가 미국의 중국향 투자다. 중국 포탈 바이두의 공개 자료에는 4조 달러로 나온다. 가히, 천문학적인 규모다. 이런 수치를 보고도 미중 관계를 ‘전쟁’으로만 볼 것인가? ‘전쟁’에 중독 된 건가?
최근 2년 동안, 미국의 중국에 대한 금융 투자는 주춤하다 못해 다소 썰렁하다. 미국의 견제와 코로나 19 등으로 중국시장이 활기가 약해지면서 이들 금융투장의 수익률이 떨어지자, 중국에서 자금을 빼내 일본에 투자하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매스컴은 중국에 투자한 미국 연금 등 일부 투자가 빠져 나간다고 떠들썩하다. 블룸버그 등 서방측 자료에 의하면, 최근 1년 반 동안 약 1,800억 달러 이상 중국 밖으로 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이 규모는 중국에 대한 총 금융투자액의 15% 내외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중국에 대한 투자는 더 큰 규모로 유입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오늘날 중국 급부상으로 서방 세계가 놀라고 곤욕스러워 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이런 중국 문제를 키운 것도 미국일 수밖에 없다. 백년제국 미국이 중국을 지나치게 얕잡아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개방 당시, 중국의 일인당 GDP는 아프리카의 3분지 1에 미달했다. 이는 세계은행 선임 부총재를 역임한 북경대학의 린이푸교수가 밝힌 것이다.
미래동아시아연구소 이사장 한광수
현재 (사)미래동아시아연구소를 운영하며 한중관계 연구와 실무에 종사하고 있다.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와 동대학원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밴더빌트 대학 박사과정 수학, 베이징대학교 경제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중국 경제 연구를 시작하여 국제경제연구원, 산업연구원, 외무부 파견, 중국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방문학자, 베이징대학교 베이징시장경제 연구소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1991년부터 1996년까지 베이징에 주재하면서 주중한국대사관, 한국무역협회, SK, 한솔제지, 현대건설 등의 현지 고문으로 일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중국 고문(2003~2010), 중국 프로그램 자문(1998~2007), KBS 객원해설위원, 동북아경제학회와 현대중국학회 고문, 비교경제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주요 저서로 <미중관계의 변화와 한반도의 미래>, <중화경제권시대와 우리의 대응>, <중국의 잠재력과 우리의 대응>, <현대 중국의 이해>(공저) 등이 있다. 중요 논문으로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한중 교역협력구조의 변화>, <미중경제협력의 불안정성과 한국경제>, <중국 자본시장 개방의 특성>, <최근 미중 통상관계의 특성>, <중국 정치체제 및 외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