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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키신저, '중국의 발전은 운명이다'(3)

중국의 발전은 운명이다

서방에서 중국의 부상에 박수치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예나 지금이나 서방은 중국에 대하여 ‘언젠가는 폭망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들에게 누군가가 ‘중국의 발전은 운명이다!’라고 말한다면 몹시 황당할 것이다. ‘닥치고 혐중’에 빠진 우리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일찍이 ‘중국의 발전은 운명이다!’라고 외친 인물이 있다. 바로 헨리 키신저다. 그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간단하다.‘중국 견제’로 미국의 국익과 국가 경쟁력에 손상이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요컨대, 아시아의 거대 국가인 중국의 부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견제보다 협력하는 것’이 미국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그의 시각은, 중국을 보통국가가 아닌 하나의 응집된 문명으로 본다(키신저, ‘On China’).‘문혁 시기에도 중국의 과학기술은 중단된 적이 없다’거나‘중국을 하청국가로 대하지 말라’는 말도 키신저가 한 것이다. 마치 ‘모르면 닥치고...!’라는 느낌이 들만큼, 그의 안목은 독특하여, 서방의 ‘반중국’ 부화뇌동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미중 협력을 글로벌 외교의 중심축에 놓고, 지난 50여 년 동안 세계 외교가에서 ‘살아있는 전설’, 최고의 ‘중국통’으로 통했다.

 

중국의 부상이라는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견제 말고 협력’이라는 그의 조언은 오늘날 미중관계의 현실을 움직이는 거대한 축으로 살아 움직인다. (그들의 협력을 보면, 우리 한국의 ‘혐중’ 회오리는 ‘위험한 장난’이다). 격렬한 미중 갈등 속에서도 양국이 천문학적인 경제협력으로 뒤엉켜 있는 사실을 놓친다면 위험한 바보다.

 

상호 금융협력 규모는 3-4조 달러, 연간 무역 규모는 7천억 달러,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은 200여개다. 곧 미중전쟁이 터질 것처럼, 그리고 중국이 곧 망할 것처럼 시끄럽지만, 키신저에게 이런 소문들은 귀찮은 쓰레기였다. 서방의 누구도 그의 통찰력을 흉내내지 못했다.

 

그는 지난 60여 년간, 케네디 대통령 이후 12명의 미 대통령을 자문한 학자 출신 외교관이다. 그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지칠 줄 모르는 실천력을 보면, 왜 미국이 백년 세계제국인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장밋빛 전망의 조건

여기서 우리는 냉전구조가 뒤엎어지는 키신저의 화해시대를 되돌아봤다. 그 희한한 격변을 이해할 수 없었던 우리 한국은, 그로부터 근 20년 동안 고통을 겪은 다음에야 간신히 군인정치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우리 대한민국은 미국이 건국을 주도한 냉전국가로 출발한 나라다. 그동안 냉전체제가 기른 기득권 세력은 이제 포도 넝쿨처럼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그런데 미중화해가 출현하여 새로운 양극 시대를 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동안 우리사회가 이런 글로벌 대변화를 인식하거나 수용할 토양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공이 곧 생존이었다. 거대한 글로벌 변혁에 부합하는 체제 조율은 결코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아직도 반공에 매달리는 경직성이 건재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제 냉전은 그리워해도 돌아오지 않는다. 냉전 기득권도 시드는 추세다. 이제 일극 냉전시대는 떠나가고, 미중 양극의 경쟁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세상은 변한다. 바이든과 시진핑은 만날 때마다, 우리에게 신호를 보낸다.‘우리는 충돌이 아니고 경쟁’한다고 수없이 합창한다. 경쟁에는 협력과 대립이 공존한다.

 

다윈 같은 진화론자들은 ‘협력성 경쟁’으로 자연계를 설명하지 않는가? 한국을 세 차례 방문한 미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티도 ‘한국에 미중 양자 택일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인정한다. 국익 우선 주의자인 키신저는, ‘하나는 친구, 또 하나는 적’ 이라는 이분법을 구시대 유물로 본다. 사석에서 만난 중국의 고위관료들도 ‘친미, 반미는 전략이 아니다’고 말한다. 이념을 버리고 실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들 양국은 같은 길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경쟁은 이제 시작단계다. 장차 더욱 험난해질 건 명확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 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한국이 그들 양대 시장을 중시하고 활용하는 일이 힘들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미래동아시아연구소 이사장 한광수

 

현재 (사)미래동아시아연구소를 운영하며 한중관계 연구와 실무에 종사하고 있다.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와 동대학원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밴더빌트 대학 박사과정 수학, 베이징대학교 경제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중국 경제 연구를 시작하여 국제경제연구원, 산업연구원, 외무부 파견, 중국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방문학자, 베이징대학교 베이징시장경제 연구소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1991년부터 1996년까지 베이징에 주재하면서 주중한국대사관, 한국무역협회, SK, 한솔제지, 현대건설 등의 현지 고문으로 일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중국 고문(2003~2010), 중국 프로그램 자문(1998~2007), KBS 객원해설위원, 동북아경제학회와 현대중국학회 고문, 비교경제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주요 저서로 <미중관계의 변화와 한반도의 미래>, <중화경제권시대와 우리의 대응>, <중국의 잠재력과 우리의 대응>, <현대 중국의 이해>(공저) 등이 있다. 중요 논문으로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한중 교역협력구조의 변화>, <미중경제협력의 불안정성과 한국경제>, <중국 자본시장 개방의 특성>, <최근 미중 통상관계의 특성>, <중국 정치체제 및 외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