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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3분 미중경제] 중국의 경제 리더십과 ‘멸공’ 타령

중국 접근에 대해, 우리 한국과 미국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우리가 한미동맹을 외치면서 중국시장에 올인하여 선진국에 진입했듯이, 미국도 ‘반중국’을 외치면서 중국시장을 활용하여 제국의 위용을 유지한다. 그렇게 중국 시장에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새로운 변화의 흐름에 눈을 뜨자. 저기 깊은 수렁이 입을 쩍 벌리고 굴러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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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발전한다고? 가짜다! 중국은 망할 수밖에 없다. 공산당인데....’ 서방은 오랫동안 이런 오만한 시각에 중독되어 있었다. 상대의 오만은 기회가 된다. 중국 지도부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개방을 선언한 지 40여 년, 이제 미국을 넘보는 경제대국으로 변모했다. 과거 홍군의 ‘대장정’을 방불케 한다. 그 특징은 군사력이 아닌 경제력으로 올라섰다는 데 있다. 다른 어느 제국들과도 다른 점이다.

 

중국의 힘은 인내에서 나온다. 서방은 쉬지않고 ‘중국붕괴론’과 ‘중국위협론’을 들이대며 저주를 퍼부었다. 그들에게 중국은 말 잘 듣는 하청기업이 되어주면 그만이다. ‘본래 허술한 나라 아닌가?’

 

‘중국이 우리의 경쟁 상대가 된다고? 그런 일은 꿈에도 없을 것이다!’ 중국 대문을 군화발로 박차고 들어와 중국을 깨운 건 서방이다. 나폴레옹의 경고는 잊은 지 오래다. 일찍이 그들이 선망해오던 동양을 짓뭉갠 것이다. 그런데 그 대륙이 다시 일어선다. 공산당을 앞세워...

 

중국시장에서 대박은 나의 꿈이다! 하지만 중국은 싫다! 이런 이중 전략의 맨 앞에 선 나라가 미국이다. 대통령 바이든의 일과에 ‘중국 때리기’가 빠지면 허전할 정도다. 하지만 ‘패권 전쟁’은 없다. 그건 불가능하다. ‘경쟁’이 있을 뿐이다. 바이든조차 미중관계를 ‘충돌’이 아닌 ‘경쟁’이라고 말한다. 선을 그어놓고 하는 게임이다. 치열한 ‘경쟁’과 철지난 ‘멸공’은 보는 시각과 질적 차원에서 격이 다르다. 문제다.

 

무릇 경쟁에는 대립과 협력이 공존한다. 그것이 자연법칙이다. 백악관이 ‘적대적 대립’을 부르짖으며 북을 치면, 월스트리트는 ‘협력성 경쟁’에 몰두한다. 본디 시장이란 몸값을 올리며 시끌짝하게 흥정에 열을 올린다. 역할 분담이 확실하다. 정부는 ‘할퀴기’에 나서고, 기업은 ‘껴안기’에 나선다. 분업과 협업이 대단하다. 미국은 영리하고 현란한 나라다. 다른 나라들도 미국의 이런 교활한 몸짓에 따라 짱구를 굴린다. 냉혹하고 어지러운 ‘실리게임’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의 중국 활용에 불이 붙었다. 미국 투자자들은 중국시장에 1조 2천억 달러의 자본투자를 하고 있고, 끌어들인 중국 자본도 2조 1천억 달러에 달한다. 도합 3조3천억 달러다(제1∼2화 참조). 지난 연말에도, 중국으로의 자금 유입은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2021년, 미국을 향한 중국의 수출도 신기록이다. 매스컴들과 백악관이 부르짖는 ‘대결 구도’와는 딴 판이다. 매스컴이 가짜 뉴스의 본산인가? 중국의 전략은 간단하다. 승부는 시장에서!

 

미국은 중국시장을 활용하지 못하면 그만큼 국력이 뒤처진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오늘날 미국처럼 중국시장을 심혈을 기울여 활용하는 나라는 없다. 미국을 대결만 일삼는 바보로 보면 찐바보다. 미국은 사상 최대의 세계제국이다. 대결 카드밖에 모르는 바보들이 미국을 건설했겠는가? 건국 이래 그들의 전통적인 흐름은 '국익 최우선'이다. ‘멸공’ 같은 웃기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지는 않는다. 미국에는 공산당도 있다.

 

미국은 국익을 어떻게 챙기는가? 미국 1위이자 세계 최대 초국적기업인 애플을 보자. 중국시장을 활용하는 세계 선두주자다. 아이폰 시리즈를 중국에서 만들고, 중국시장에서의 매출도 1위다. 전기차의 선두 테슬라를 비롯하여 수많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 직접 투자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중국 직접 투자는 도합 4천억 달러에 가깝다. 이런 초국적기업들의 활동을 바라보며, 금융황제 앨런 그린스펀은 ‘미국은 해피하다!’고 소리친다(거대한 무역적자의 실체가 바로 이 초국적 기업 활동 안에 있다).

 

최근 테슬라는 백악관이 집중 공격 중인 신장 지역에도 투자했다. 본래 신장 지역은 서방 스파이들의 공공연한 단골 출입구였다. 우리가 유의할 것은, 신장이 ‘일대일로’의 베이스캠프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한국을 보자. '멸공'을 이해하는데 참고가 된다.

 

중국에서 맨 처음 한국경제를 주목한 사람은 덩샤오핑이다. 1978년 가을, 그는 브레진스키 미 안보보좌관의 주선으로 일본을 방문했다(당시, 한국은 긴급조치 9호로 군사통치의 정점을 지나고 있었다). 신일본제철에 안내받은 덩샤오핑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포항제철 같은 공장을 만들고 싶다.’ ‘개혁개방과 미중수교’라는 역사적 거사를 코앞에 두고 요청한 것이다.

 

한중수교를 맨 먼저 준비한 사람도 덩샤오핑이다. 그는 극비리에 당 원로의 후손으로 구성된 수교 준비팀을 만들고 3년 동안 준비했다(3개월 준비한 한국 정부와 대비된다). 이제 한중 양국이 수교한 지 올해로 30년, 우리의 수출 1위 국가다. 수교 당시, 연구원 신분이었던 나는 대사관의 경제업무를 지원했다. 수많은 한국 기업인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베이징으로 몰려들었다. 그 열기가 지금도 생생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사회는 '혐중'에 휘말려있다. 최근, 전경련은 ‘한국인 열 명 중 여덟 명이 중국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어느 기업인은 ‘멸공’을 되풀이하고, 어느 대선 후보는 뒤따라 ‘멸치와 콩’을 사는 연기를 한다. 무지를 내뱉는 ‘표현의 자유’가 넘친다. 하지만, 중국시장에 수출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우리 한국이다. 벌써 8년째 1위다.

 

우리에게는 역사의 반면교사가 있다. 이승만 정부의 ‘멸공’이나 박정희 정부의 ‘반공’에는 영구 권력을 쫓는 악의 뿌리가 들어있다. 독재 권력이라고 글로벌 감각이 없어도 되는 건 아니다. 참혹한 ‘10.26정변’은 미중수교 9개월여 만에 터졌다. 당시 뉴욕타임즈는 이렇게 지적했다. ‘청와대의 돌대가리 참모들이 참변을 초래했다.’ 글로벌 감각이 없으면 얼마나 위험한가를 ‘10.26’이 말한 것이다.

 

요즈음 신세계의 정용진 CEO가 ‘멸공’ 발언으로 힘겹다. 글로벌 감각의 문제다. 이마트가 중국 진출에 나설 무렵, 나는 서울시청 앞 신세계 본사에서 중국의 체제변화를 주제로 강연했다. 상하이에 있는 이마트 매장을 둘러본 적도 있다. 이마트는 한때 26개의 중국 현지 매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욕적인 중국 진출은 엄청난 적자 누적과 사드배치의 영향으로 20년 만에 철수로 끝을 맺었다(2017).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중국시장은 결코 페이브먼트가 아니다. 미국 기업인들도 마찬가지다. 빌 게이츠도 험난했던 중국 에피소드가 수두룩하다. 장쩌민 국가 주석과 담판을 벌이기도 했고, 전용 열차로 수개월간 중국을 순회하며 시장조사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이렇게 수업료를 톡톡히 낸 다음, 비로소 ‘윈도우3.1’을 중국에 안착시킬 수 있었다. 그 후, 후진타오 주석과는 친구처럼 가깝게 지냈다. 중국 교과서에 ‘창의적인 인재’로 오르기도 했다. 수년전에는, 무한연구소에 가서 코로나19 판데믹을 예고하기도 했다.

 

중국시장 접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우리 기업인은 삼성전자의 고 이건희 회장이다. IMF 강제편입으로, 우리경제가 잔뜩 움츠리고 있을 때, 그는 상하이에서 사장단 회의를 열고 ‘중국시장 고급화전략’을 선언했다. 고급품이 아니면 쇼윈도우에 절대 내놓지 말라고도 했다(‘가난한 중국’에 중독된 적지않은 우리 기업들이 곤욕을 치른 것과 대비된다).

 

삼성전자의 대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들 이재용은 경영에 앞서 먼저 중국역사를 공부했다(서울대 동양사학과 졸업, 그러니까 필자의 후배다). 시안의 낸드플래시 공장도 이 회장의 작품이다. 오늘날 중국 지도부와 삼성전자는 각별한 관계다. ‘멸공’ 타령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글로벌 감각이 결여된 ‘금지된 장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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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수

 

현재 (사)미래동아시아연구소를 운영하며 한중관계 연구와 실무에 종사하고 있다.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와 동대학원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밴더빌트 대학 박사과정 수학, 베이징대학교 경제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중국 경제 연구를 시작하여 국제경제연구원, 산업연구원, 외무부 파견, 중국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방문학자, 베이징대학교 베이징시장경제 연구소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1991년부터 1996년까지 베이징에 주재하면서 주중한국대사관, 한국무역협회, SK, 한솔제지, 현대건설 등의 현지 고문으로 일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중국 고문(2003~2010), 중국 프로그램 자문(1998~2007), KBS 객원해설위원, 동북아경제학회와 현대중국학회 고문, 비교경제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주요 저서로 <미중관계의 변화와 한반도의 미래>, <중화경제권시대와 우리의 대응>, <중국의 잠재력과 우리의 대응>, <현대 중국의 이해>(공저) 등이 있다. 중요 논문으로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한중 교역협력구조의 변화>, <미중경제협력의 불안정성과 한국경제>, <중국 자본시장 개방의 특성>, <최근 미중 통상관계의 특성>, <중국 정치체제 및 외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