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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미중경제] 미중시대; ‘종전선언’과 ‘빈껍데기 선진국’의 함정

이글은 최근 회자되는 '종전선언' 논의에 '막무가내 반공'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중점을 둔 것이다.

 

일찍이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는 한반도를 국제분쟁지역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주변 세력의 균형 조건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은 수시로 바뀐다.' 중국 총리 저우언라이도 일찍이 한반도에 대해 같은 견해를 보였다. 그들의 지적은 아직 미중시대가 도래하기 훨씬 이전의 얘기다. 천 년 전부터 내내 한반도는 국제분쟁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열강의 국제 분쟁에 내부 호응처럼 중요한 필수 조건은 없다. 미중경쟁이 회오리를 더해가는 와중에 ‘종전선언’이 제안되자, 야당(국힘당)과 함께 미국 일부에서는 맞장구를 치며 경기를 일으킨다. 그들은 외친다. ‘비핵화 먼저!’ 그들은 핵 전문가들이 말하는 ‘합리적인 비핵화’ 접근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지만, 정치권력에는 눈을 반짝거린다. 그들에게 ‘적대적 분단’과 ‘반공’은 언제나 중요했다. 이승만 시대와 군사 독재 시대에 반공처럼 소중한 필수품은 없다. '북풍을 일으켜달라.'는 어이없는 방식으로 쌓아올린 기득권이다. '종전선언'의 걸림돌 중에 '막무가내 반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래서 무겁다.

 

중국의 북핵 태도를 보자. 그들은 처음 북한 핵실험을 접하고 노발대발 뚜껑이 열렸었지만 지금은 한발 물러나 있다(이점에서는 미국도 똑 같다). 수년 전, 칭화대학의 옌쉐이퉁 교수를 만났을 때, 그는 내게 ‘북핵은 현실’이라고 요약했다. 세상 어디에도 개발한 핵을 포기한 사례는 없다는 것이다. 시진핑 정부와도 가까운 현실주의 학자다. 그들의 눈에 비치는 현실은, 동아시아에서 다급한 쪽은 미국이다. 중국의 최우선 지상과제는 여전히 경제발전이다. ‘친구’도 ‘적’도, 그 다음 얘기다. 중국은 '종전선언' 제안에 거의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먼저 미국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이처럼 국제 권력정치의 복잡한 토양 속에서도, 우리 한국경제는 지금 일인당 국민소득 3만5천 달러를 통과 중이다. 거기에 무역과 투자가 있다. 핵심은 우리 우수 기업들이 미중 양대 시장을 오가며 동시에 활용한다는 사실이다. 천만다행이다(물론, 모든 주변 국가들도 동시 활용에 예외가 없다).

 

서방은 일찍부터 한국의 중국 프레미엄을 주목했다. 양국은 자연과 역사가 준 최상의 자연적 무역파트너 관계(Natural Trade Partnership)에 있다. 서방은 중국개방과 동시에 한국경제를 ‘장밋빛’으로 보기 시작했다. 곧 바로 그에 대한 대책도 착수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들의 예리한 ‘장밋빛’ 전망을 무심히 지나쳤다. 그 속에 든 칼날에는 둔했다. 왜 그랬을까? 그 무지의 이면에 우리의 어두운 자화상이 어른거린다. 거기에 박정희 군사정부가 미국의 세계전략에 따라 만든 ‘반공 근대화’가 자리잡고 있다. 그 달콤하고도 비극적이었던 성공에 대한 향수는 지금도 흘러내린다. 그 잔혹한 ‘반공’조차 누군가에게는 기회였던 것이다. 그 ‘반공 근대화’가 막을 내린 계기는 10.26정변의 총소리였다.

 

이어서 튀어나온 신군부가 ‘북방정책’을 걸고 내달렸다. '형님의 반공’과는 딴판이었다. 여기서 수수께끼! 한국 신군부의 등장과 미국 ‘체로키 회의’의 함수다. 1980년 5월, ‘광주학살’ 직후, 백악관에서 75분간 긴급대책회의가 짤막하게 열렸다. ‘체로키’라는 이름으로...(용맹했던 ‘체로키’족은 인디언 학살의 대명사다). 회의의 결론은 신군부 지지였다. 미국이 왜 그랬을까?... 힘을 얻은 신군부는 '반공'을 '북방정책'으로 바꿔들고 소련과 중국, 북한으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 식으로, 처참한 ‘막무가내 반공’은 '체로키' 회의로 일단 정리되었다. 거기에 신군부가 있다. '아침이슬'의 가수 김민기의 토로처럼, 그 시대는 우리 모두 어떻게 살았는지 정신이 없었다. 이제 우리 모두 그 시간들을 꼼꼼히 기억속에서 살려내 재정리해야 한다. 언제까지 열강의 이해에 매달려 국제분쟁지역의 짐을 지고 갈 것인가? 우리도 제정신으로 살아보자. 수수께끼 비극으로 얼룩진 ‘빈껍데기 선진국’은 우리가 원하는 나라가 아니다. 그래야 미국도 ‘종전선언’에 좀 진지해질 것이다. 다음은 ‘공급망’을 들여다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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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수

 

현재 (사)미래동아시아연구소를 운영하며 한중관계 연구와 실무에 종사하고 있다.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와 동대학원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밴더빌트 대학 박사과정 수학, 베이징대학교 경제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중국 경제 연구를 시작하여 국제경제연구원, 산업연구원, 외무부 파견, 중국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방문학자, 베이징대학교 베이징시장경제 연구소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1991년부터 1996년까지 베이징에 주재하면서 주중한국대사관, 한국무역협회, SK, 한솔제지, 현대건설 등의 현지 고문으로 일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중국 고문(2003~2010), 중국 프로그램 자문(1998~2007), KBS 객원해설위원, 동북아경제학회와 현대중국학회 고문, 비교경제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주요 저서로 <미중관계의 변화와 한반도의 미래>, <중화경제권시대와 우리의 대응>, <중국의 잠재력과 우리의 대응>, <현대 중국의 이해>(공저) 등이 있다. 중요 논문으로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한중 교역협력구조의 변화>, <미중경제협력의 불안정성과 한국경제>, <중국 자본시장 개방의 특성>, <최근 미중 통상관계의 특성>, <중국 정치체제 및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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