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대법원이 6월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출생 시민권 금지’ 행정명령의 전국 효력에 제동을 걸면서도, 일부 주에선 정책 시행을 가능케 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출생 시민권을 둘러싼 헌법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번 판결은 행정명령의 위헌성 여부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각 주 연방 판사들이 내린 효력 중단 명령의 적용 범위를 문제 삼은 것이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은 당사자에 국한되어야 하며, 전국 단위로 효력을 확대하는 것은 권한을 벗어난 행위”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뉴욕 등 22개 주와 워싱턴DC는 행정명령 효력이 중단되지만, 나머지 28개 주에서는 해당 정책이 시행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들 주에서도 30일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으며, 그 사이에 추가 소송이 제기되면 시행이 중단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출생 시민권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 불법 또는 일시 체류 중인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도록 했다. 부모 중 한 명이라도 불법체류자이고, 다른 한 명이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닐 경우 시민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한 연구에 따르면, 매년 약 15만 명의 신생아가 이 규정에 해당될 수 있다.
정책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판결 당일 워싱턴DC 대법원 앞에서는 시민 단체들의 반대 시위가 열렸으며, 미국 내 여러 인권단체는 즉시 집단 소송을 제기해 시행 저지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향후 28개 주에서도 효력 중단 가처분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법무장관 팸 본디는 “이번 판결은 출생 시민권 자체의 합헌 여부와는 무관하며, 대법원이 오는 10월 새로운 회기에서 이를 본격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출생지주의 원칙을 둘러싼 미국 내 논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번 판결은 향후 대선 정국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