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다문화뉴스 강성혁, 소해련, 김관섭 기자 | 싱가포르는 2024년 기준 전체 인구가 604만 명이다. 이 가운데 시민과 영주권자를 포함한 거주자는 418만 명, 외국인 비거주는 186만 명으로 나타났다. 비거주 인구에는 노동자, 부양가족, 유학생 등이 포함되며, 정부는 이 집단을 철저히 제도 관리 대상 안에서 운영하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일부 현지에서는 ‘국민과 외국인이 1대1에 가깝다’고 말했지만, 공식 수치는 거주자가 더 많고 외국인은 ‘보완적 역할’을 맡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노동시장 구조를 보면 제도적 틀이 더욱 분명하다. 2024년 말 기준 외국인 노동력은 약 157만 6천 명이며, 건설·조선해양·프로세스(CMP) 분야 워크퍼밋, 가사노동자, 서비스업 S패스와 EP(전문인력)까지 세분화된다. 특히 서비스업은 사업장당 외국인 비율을 전체 인력의 35%까지로 제한하는 쿼터 제도가 적용되며, 비율이 높아질수록 고용주가 부담하는 세금(levy)도 증가하는 구조다. 국적·연령 요건까지 겹쳐 ‘무제한 대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싱가포르 정부가 공식 문서에서 외국인 노동을 “내국인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한다”라고 반복 설명하는 이유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만난 싱가포르 한인회 2층 상공회의소 관계자도 같은 맥락을 강조했다. 그는 “현지에서는 외국인이 자국민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인식보다, 힘들고 기피되는 업무와 숙련도가 필요한 영역을 분리해 맡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내국인은 고부가가치와 기획·관리 분야에, 외국인은 운영과 노동집약적 분야에 투입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치권에서도 같은 주제가 반복된다. 노동부 장관 Tan See Leng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외국인은 싱가포르가 유지되기 위해 필수적이다”라고 말하면서도, 내국인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총리 Lee Hsien Loong 역시 외국인 노동자 정책의 “수와 질”을 조정해야 한다며, 정책 균형 유지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야당에서는 낮은 숙련 직무에서 내국인과 외국인의 역할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제도적 재조정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건설 현장 분위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싱가포르 건설업은 전통적으로 방글라데시, 인도, 미얀마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에게 크게 의존한다. 현장에선 장시간 노동과 숙소 환경, 사회적 거리감 등 어려움이 있지만, 내국인과의 직접적 갈등은 두드러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노동자들은 “임금은 안정적이지만 생활비가 높아 저축이 어렵다”거나 “장기 체류 제한으로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점을 과제로 꼽는다. 이는 제도적 보호 장치가 있어도 구조적 불평등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싱가포르 정부가 실시한 이주노동자 경험 조사(2024)에 따르면, 응답자의 95% 이상이 싱가포르에서의 근로와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했고, 92%는 “다른 이들에게 싱가포르에서 일할 것을 추천하겠다”고 응답했다. 재취업 의향도 96%를 넘어섰다. 제도에 대한 신뢰도 역시 97%에 달해, 평균적인 만족도와 제도 신뢰는 높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관광·서비스 기반 도시라는 싱가포르의 특수성은 분업 구조를 더욱 강화한다. 호텔 하우스키핑, 주방 보조, 경비·조경 같은 기초 운영 업무는 외국인이 주로 맡는다. 반대로 안전관리, 기획·영업, 숙련 기술은 내국인과 장기 숙련 외국인이 담당한다. 정부는 저임금 직종 처우 개선을 위해 ‘점진임금제(PWM)’를 도입해 청소·보안·조경 분야 임금 상향과 훈련을 연계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를 ‘층화된 이주(stratified migration)’로 분석한다. 저숙련 외국인이 특정 업종에 집중되고, 내국인은 비교적 높은 숙련과 임금 직무에 분포하는 구조가 장기적으로 고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제도가 도시 운영의 안정성과 산업 생산성을 뒷받침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싱가포르의 사례는 외국인 노동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단순한 대체 구도가 아닌, 분업과 관리, 그리고 제도적 보호 장치의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 강성혁, 김관섭, 소해련 기자 sdjeb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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