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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일한 월급, 한 번에 벌 수 있다고 믿는 아이들”

정체성 잃은 교육현장, 청소년 도박 중독의 뿌리를 묻다

도박은 이제 어른들만의 세계가 아니다.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스마트폰 하나로 불법 도박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다. 교실 안에서 “도박은 돈 버는 게임”이라는 말이 일상처럼 오가고 친구 사이에서는 추천 코드와 ‘꽁포인트’가 통용된다. 이미 일부 학교는 도박 문화의 그림자 안에 놓여 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KCGP)의 2024년 국가승인통계에 따르면, 재학 청소년의 평생 도박 경험률은 4.3%, 이 중 19.1%가 최근 6개월 내 도박을 지속했다. 지속 경험자 가운데 48.4%는 타인 명의로, 24.4%는 대리베팅을 통해 불법 도박에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일탈이 아닌 정체성을 잃은 교육 환경의 구조적 문제로 진단한다.

 

“도박이 제일 재밌는 게임이 됐다”

한 고등학생은 “축구나 게임보다 도박이 더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호기심이었다. 만 원을 걸어 몇 만 원이 되는 경험이 반복되자 도박은 곧 생활이 되었다. 돈을 따면 더 걸고 잃으면 친구에게 빌렸다. 결국 빚만 남았다.

 

또 다른 학생은 “한 달 내내 일해서 받는 월급보다 한 번에 그만큼 따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인식은 단순한 탐욕이 아니라 ‘쉽게 버는 돈이 더 가치 있다’는 사회적 왜곡에서 비롯된다.

 

“유튜브는 성공포르노, 교실은 카지노”

문제의 근원은 ‘돈을 쉽게 버는 것’에 대한 환상이다. 유튜브와 SNS에는 “열흘 만에 1억 벌었다”, “10대 투자 성공기” 같은 영상이 넘쳐난다. 전문가들은 이를 ‘성공포르노(success porn)’라 부르며 “노력보다 한탕,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왜곡된 성공 이미지가 청소년의 가치관을 흔든다”고 경고한다.

 

한 학원에서는 중학생이 학원비로 받은 현금을 전부 도박에 쏟아부었다. 빚이 200만 원까지 불어나자 보다 못한 담임이 대신 정리해주며 “다시는 도박에 손대지 말자”고 당부했다. 그러나 아이는 다시 도박을 반복했다. 이미 도박은 ‘가장 효율적인 게임’이 되어 있었다.

 

“국영수 숫자 놀이는 정체성을 무너뜨린다”

국어·영어·수학 중심의 줄세우기식 교육은 아이들의 자아 확립과 사회적 성장에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좋은 대학, 좋은 점수라는 단일 목표만 주입받은 학생들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사라진다.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청소년은 외부 자극에 쉽게 흔들린다. 결국 도박은 단순한 돈의 유혹이 아니라 존재의 불안과 자기 확신의 결여에서 비롯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고리대까지 번진 교실 경제”

도박으로 돈을 잃은 학생이 다른 친구에게 돈을 빌리고, 이자를 붙여 갚는 ‘교실 고리대 문화’도 문제다. “10만 원 빌리면 일주일 뒤 13만 원 갚기” 식의 거래가 암암리에 이루어진다. 연 이자율로 치면 1000%를 넘는다. 이 과정에서 교실은 경제공동체가 아니라 비공식 금융시장으로 변한다.

 

일부 학생은 ‘총판(도박 회원 모집자)’으로 활동하며 친구를 도박 사이트로 유인해 수수료를 챙긴다. 추천인을 늘릴수록 포인트가 지급되는 구조 속에서 학교는 도박 유통망의 중심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 사이트의 주요 표적은 청소년”이라며 “추천 보상제와 친구 홍보를 통해 미성년자 네트워크를 조직적으로 이용한다”고 지적한다.

 

해외의 대응, ‘정체성 중심 교육’으로 전환

핀란드는 2019년부터 ‘비금전적 성취 교육’을 강화해 “돈보다 자존감을 높이는 경험”을 교과와 비교과 활동에 포함시켰다. 일본은 2018년 제정된 「도박 등 의존증 대책 기본법」을 통해 교육·상담·치료 체계를 법적으로 마련하고 2025년에는 온라인 불법도박 광고 금지와 청소년 접근 차단 조항을 강화했다. 두 나라 모두 청소년 도박을 ‘규제’가 아닌 정체성 교육의 과제로 본다.

 

한국은 여전히 “도박은 하면 안 된다” 수준의 금지 교육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왜 도박이 매력적으로 보이는가”를 묻는 교육이다. 그 답은 규제가 아니라 정체성의 회복에서 시작된다.

 

 

“정체성을 세우는 교육이 곧 예방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아이들이 자기 존재를 확신하지 못하면 사회의 자극에 쉽게 무너진다. 도박은 그 자극의 한 형태일 뿐”이라고 말했다.도박 중독의 본질은 돈이 아니라 도파민이다. 그리고 도파민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은 정체성에서 비롯된 자기 통제력이다.

 

청소년 도박 문제는 ‘불법 사이트’나 ‘단속 부재’의 문제가 아니다. 정체성 없는 경쟁 교육과 성공을 수익으로만 측정하는 사회 풍토가 근본 원인이다. 지금의 도박 중독 청소년들은 그 구조의 희생자다.

 

 

“좋은 숫자보다 좋은 사람을 키우는 사회로”

도박치료를 받는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이젠 돈보다 나를 되찾고 싶어요.”  도박은 단순한 유혹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을 잃어버린 결과다. 점수는 높아도 방향을 잃은 사회에서 아이들의 자존감은 가장 먼저 무너진다.

 

도박을 끊는 길은 처벌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교육에서 시작된다. “좋은 숫자”보다 “좋은 사람”을 키우는 사회 그것이 청소년 도박 예방의 근본 해답이다.

 

 


도박 중독은 치료와 회복이 가능한 질환입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국번 없이 ☎1336, 09:00~22:00 운영)을 통해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https://www.kcgp.or.kr)에서도 지역별 치유센터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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