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학년도 정시에서 서울대 자연계열 합격자 180명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은 규모다. 연세대와 고려대까지 포함하면 SKY 3개 대학에서 정시 합격 후 등록을 포기한 인원은 1495명에 달한다. 입시업계는 이 가운데 상당수가 의과대학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한다.
이 현상은 단순한 입시 결과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교육 선택 구조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상위권 학생들이 대학 간판보다 직업 안정성을 우선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의대 선호는 지속적으로 강화돼 왔다. 서울대 자연계 등록 포기 인원은 2023학년도 88명에서 2024학년도 164명, 2025학년도 178명, 2026학년도 180명으로 증가 흐름이 이어졌다. 특히 공대 핵심 학과와 첨단융합 분야에서도 등록 포기가 늘어나면서, 상위권 이공계 인재가 의료 분야로 이동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노동시장 변화가 있다. 정부 고용동향에서도 청년층 고용률이 하락하고 실업률이 상승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청년층은 경기 변동과 산업 구조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집단으로, 취업 안정성이 높은 직종 선호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
기술 변화 역시 영향을 미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OECD는 인공지능 확산이 업무 구조를 크게 바꿀 가능성을 지적해 왔다. 특히 반복 업무와 초급 직무의 자동화가 확대될 경우 청년층 진입 경로가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술 직종보다 면허 기반 직업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선택지로 인식된다.
출산율 하락도 중요한 변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 합계출산율은 장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학령인구 감소는 이미 확정된 흐름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에서는 성장 기대보다 안정성이 더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작동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대학 선택 역시 이런 구조 속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의대 쏠림이 단순히 의료 분야 선호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상위권 인재가 안정적 직종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국가 산업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첨단 산업 경쟁력이 인재 확보에 크게 좌우되는 상황에서, 공학·과학 분야의 최상위 인재 유출은 장기적으로 기술 혁신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의료 측면에서도 문제는 단순히 의사 수의 부족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필수의료와 지방 의료 공백은 인력 총량보다 배치 구조와 수익 체계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즉 의대 선호가 강해진다고 해서 의료 접근성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이번 서울대 자연계 등록 포기 증가는 입시 뉴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산업 변화, 인구 구조, 노동시장 불안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한국 사회가 안정성을 중심으로 진로 선택을 재편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